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통과에 반대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의협)장과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단식투쟁에 돌입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끝냈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 대한간호협회(간협)은 바로 어제(9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벌이면서 이제 간호사 대표들이 무기한 단식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 간호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
현재 우리나라에는 간호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다. OECD의 아시아 국가 중 간호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은 유일한 국가이다. 70년도 전에 제정된 의료법 안에 의료진이라는 개념 안에 묶여서 부분적으로 제정되어 있다. 복지 환경 또한 좋지 않다. 1인당 환자 수는 2.5명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약 50명의 환자가 있는 병원에서 간호사 수는 약 2~3명으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 또한 전문직 간호사의 수는 압도적으로 적다. 앞서 말한 이유로 여러 복지 정책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에 간호사의 평균 사직률은 41.8%, 평균 근무 기간은 7.5년으로 40대 이상의 ‘전문직 간호사’의 수는 압도적으로 적은 14%를 유지하고 있다.
- 간호법 제정안에서 분쟁의 불씨가 되는 부분
가장 큰 이유는 간호법 제정안 제1조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에서 ‘지역사회’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의협의 입장은 지역사회라는 단어가 간호사의 의사 없는 단독 개원을 우려하는 단어 선택이고, 단독 의료 행위를 부추길 수 있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같이 제정을 반대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간호법이 의료 현장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정부를 대변했고,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이 통과된다면 업무 영역이 확장되어서 간호조무사의 영역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의료법 33조에서 규정 주체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간호사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 외 의료법에서는 계속 우려하는 내용들이 다 해당되어 있기 때문에,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간호법은 간호사의 기본권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조무사협회의 주장처럼 간호사 특례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간협이 억울해하는 부분은 또 있다. 윤석열 정부의 당선 전, 간협과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정식 공약에 들어갔던 적은 없다. 하지만 대선 과정 속, 윤 후보가 간협 협회장에게 정책제안서를 받으며 ‘잘 검토해서 간호사의 지위가 명확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한 간협과의 간담회장에 ‘간호법 제정으로 국민 건강 지키겠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 또한 걸어 놓았기 때문에 이걸 가짜 뉴스라고 치부하기는 좀 억지스러운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간협과 의협 그 외 수많은 협회와 연대들은 단식투쟁, 파업과 시위를 거듭하며 여론 호소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은 지난 3일 1차 연가 투쟁에 이어서 돌아오는 11일 더 많은 의사들과 함께 2차 연가 투쟁을 벌이며 전국에서 열리는 집회 등에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17일 전면 파업에 앞서 수위를 높여가는 과정이라고 밝혀 아직 진행중인 간호법 제정에 관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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