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의 결과는 야권의 완벽한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175석, 국민의 힘은 108석으로 그다음을 차지했다. 범야권으로 보면 총 192석을 확보했다.
이번 총선의 결과는 국민들의 정권 심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 이유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 부재가 손꼽히는데,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검법, 간호법 등에 대한 과도한 거부권 행사와 여·야 모두와 소통하지 않았던 점 등이 언급되고 있다. 또한 현재 물가 상승 문제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대파 한단 875원' 발언과 의대 증원 갈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까닭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총선 전까지 30%대 미만을 웃돌았다.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 실패의 문제도 총선 참패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선거 초반만 해도 국민의힘은 140석 이상의 의석수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은 민주당보다 높게 나타났고, 민주당의 공천 관련 문제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에 한몫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기대했던 정책과 비전에 관한 내용이 아닌 ‘야당 심판’을 내세우고, 한동훈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며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남은 임기를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BBC는 이에 “윤 대통령은 한국의 단임제 선거제에서 마지막 3년 동안 약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고 전망했고, 로이터 통신에서는 “윤 대통령이 전체 5년 임기 가운데 2년이 끝나가는 시점에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일부 분석가들이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의 의석을 합치면 법안 패스트트랙 단독 추진이 가능한 180석을 초과하는 의석이며, 윤 대통령이 레임덕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 힘은 108석으로 개헌 지지선은 지켜냈지만, 야당의 주도로 개헌을 추진한다면 여당은 힘든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이 그동안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들을 다시 추진해 나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이후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함께 일컫는 ‘쌍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고, ‘채 상병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국민의힘의 회의 퇴장에도 야권이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으며 이날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실은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통령실에 대한 여당의 태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에 주원인이라는 의견에 따라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돌아선다면 윤 대통령은 레임덕을 넘어선 데드덕까지 갈 수도 있다.
총선 이후 4월 16일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첫머리(모두발언)에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습니다.”고 했다. 하지만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 방식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며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고, 12분간의 발언 내내 ‘그러나·하지만’ 같은 접속사를 15번이나 사용하며 “국정 방향은 옳지만, 국민들이 느끼지 못했다”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며 진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27%, 부정 평가는 64%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에 국민들의 신뢰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앞으로 임기 동안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임기 동안 윤석열 정부가 앞에 놓인 어려운 국면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대한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