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출입 기자 오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고 말한 뒤 이어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라고 말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은 1988년 월간지에서 군사정권 비판 칼럼을 연재하던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이던 오홍근 기자가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이 휘두른 칼에 허벅지가 깊이 4cm, 길이 30cm 이상이 찢길 정도의 중상을 입은 사건이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정보사 예하부대 현역 군인들로, 오 기자가 월간중앙 1988년 8월호에 기고한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제목의 군을 비판하는 칼럼을 작성한 것에 불만을 품은 상관들의 명령을 받아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수석은 이 발언에 대해 여러 현안을 언급하다 자신의 군대 시절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는 과정에서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한 차원이었으며, "왜 MBC에게 잘 들으라고 했냐"라는 질문에, 웃으면서 농담이었다며 거듭 해명했다.
또한, 황 수석은 이 날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도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에 4~5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후가 있다고 의심이 생길 순 있지"라고 말하며 북한 개입의 가능성을 말하면서도 "다만 증거가 없으면 주장하면 안 된다"는 말로 마무리 했다.
해당 발언에 민주당 언론자유 대책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욕설 보도를 놓고 현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MBC를 상대로 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의 협박"이라며 "농담이라도 결코 입에 올릴 수 없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특위는 "전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MBC 앞 집회 종용' 발언에 이어 황 수석의 '회칼 테러' 협박까지 윤 대통령실의 시민사회수석은 언론공작 정치를 하는 자리냐"라며 "황 수석은 MBC와 오홍근 기자 유가족에게 석고대죄하고, 윤 대통령은 당장 황 수석을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신현영 민주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은 "1988년 정보사 소속 군인들이 군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기자를 회칼로 테러한 사건을 기자들에게 언급한 이유가 무엇이냐"라며 "테러 당하기 싫으면 정부 비판하는 기사를 쓰지 말라는 협박인가. 이렇게 노골적인 언론 협박을 들을 줄은 몰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수석의 망언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언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준다"라며 "대통령 측근인 황 수석의 인식은 곧 대통령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독재 정권, 권위주의 정부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황 상무는 즉각 사표 쓰라"며 "대통령이 과도하게 오른쪽으로 치우쳐서 이념의 투사가 되려는 상황에서 참모라도 대통령을 균형점으로 오도록 끌어당겨야 하는데, 대통령과 참모가 손에 손잡고 오른쪽 낭떠러지로 달려가는 것을 보니 한심하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광주에 지역구를 둔 민형배 의원은 황 수석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질타하며 "당장 파면하고 광주 시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다그쳤고, 이원택 의원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회칼로 찌른다고 협박하는 게 윤석열 대통령실의 언론관인가. 황 수석 경질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제3지대 정당들도 황 수석의 해임을 요구했다. 이낙연 새로운 미래 공동대표는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언론인 테러를 언급하며 언론들을 겁박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즉각 황 수석을 해임하고 언론과 국민에게 사죄하라"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황 수석은 언론에 '사과 말씀드립니다' 제목의 입장문을 배포해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또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라며 "앞으로는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 있게 처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