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인 유학생·결혼이민자 가족을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가사 노동자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시사했다. "거주 중인 16만3000명의 외국인 유학생들과 3만9000명의 결혼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와 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효과적" "그러면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 공급에 따라서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 이라며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서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분들에게 안심하고 부모님들이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적극 대책을 수립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권고했다.

돌봄서비스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난 해결을 위해 외국인력을 늘리면 해결되리라는 것이다.

이에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윤 대통령은 가사와 돌봄노동이 어지간히 쉽고 우스워 보이는가?"라며 "틈만 나면 법치를 강조하는 대통령이 현행법을 무시하고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가족들을 법망 밖으로 밀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은 대부분 어린 학생 신분이라, 아이를 키워본 경험도, 위급상황에 대처할 능력도 부족한 나이"라며 "외국인 유학생들도 최저임금도 못 받으면서 돌봄노동을 선택할 리 만무하다"고 실효성을 지적했다.

아울러 "높은 임금을 개별 가정에서 전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서 질 낮은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 바우처를 제공하거나 믿고 맡길 수 있는 질 높은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공립 시설을 늘리는 방법으로 가정과 노동자 모두 행복한 방향이어야 한다"고 덧붙었다.

여기서 대통령이 무시했다고 주장되는 현행법은 바로 2022년 6월부터 시행된 '가사근로자법'이다. 가사근로자법이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사 근로자의 고용안정, 권익 향상,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같은 날 민주노총의 성명에서도, "가뜩이나 열악한 돌봄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더 악화시키고, 이주 노동자들을 '최소한의 임금조차 보장하지 않아도 되는' 값싼 노동력으로 차별하겠다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양대 노총이 성명에서 공통으로 내세우는 입장은 바로 노조법 2.3조 개정에 관한 지적이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정말로 노조 밖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다면 노조법 2·3조를 개정해 모든 노동자의 노조를 설립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 봉투 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도 미온적인 정부가 미조직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한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고 짚었다.

민주노총도 "어불성설"이라며 "정부가 정말로 노조 밖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다면 민주노총의 요구대로 노조법 2·3조를 개정해 모든 노동자의 '노조를 설립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서 말하는 노란봉투법이란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을 회사 측이 손해배상 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말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정의 확대, 쟁의행위 정의 확대, 명확한 손해배상.가압류 대상 3가지의 개정을 요구한다. 이를 개정하기 위해선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이 필요했던 것이지만, 소수정당인 정의당의 소리는 항상 좌초되었었고, 더불어민주당이 뜻을 같이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계와 지금의 여당 반발이 심하여 이루어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