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털기, 남녀 갈등으로 얼룩진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

5월 25일, 육군 12사단 훈련병이 입대한 지 9일 만에 군기 훈련을 받다가 사망한 사고가 일어났다. 전체적인 개요는 훈련병은 군기 훈련을 명목으로 완전군장 상태에서 연병장 구보와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 등을 하도록 지시받았다. 훈련병은 군기 훈련을 이행하던 중 계속 이상징후를 보였고 간부에게 보고했지만 무시되었다. 결국엔 쓰러졌고, 사망했다.

  해당 사건의 본질은 군 규정을 위반한 상급자의 갑질이라는 부분에 있고, ‘가혹행위에 가까운 군기 훈련(얼차려)’이 자행되는 군 내부 문화가 사안의 핵심이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피의자가 여성 중대장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여군을 폐지해야 한다며 이른바 '여군 무용론' 으로 번졌고, 급기야 정치인들까지 합세해 이 사건은 남녀 갈등의 먹잇감이 되었다.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여군이 완전 군장을 안 해봐서 무리한 훈련을 시켰다.” “여군이어서 사건 이후 휴가를 갈 수 있었다.” 등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확산되었다. 정치권 또한 이에 합세해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했고,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극단적 페미니스트의 남자 혐오로 인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분노한 네티즌들은 해당 중대장의 이름과 나이, 주소, 출신 대학 및 학과 등과 함께 개인 사진 등의 신상정보를 공유하며 인신공격을 마다하지 않았다.

  육군은 전우조로 동성 간부(하사)를 배정해 해당 중대장의 심리 상태를 살피게 했고, 귀향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조차도 중대장이 여성이라는 점 탓에 군이 피의자인 중대장을 과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훈련병 사고의 진실과 군부대 여건 개선, 책임자 처벌 등의 본질은 사라지고 소모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중대장의 혐의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벌에 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해당 사건이 ‘여성’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라는 공통적인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장교 출신 예비역은 “여군이 소대장, 중대장 되는 과정에서 받는 훈련과 기준은 남군과 똑같다”라고 밝혔고, 고성균 전 육군훈련소장은 지난달 31일 “성별과는 관계없이 ‘규정 위반’과 ‘안일한 태도 탓’에 빚어진 일”이라고 언급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군대 체제의 수직성과 억압성으로 인해 발생한 군 규정 위반 사건으로 봐야 하는데, 중대장의 성별이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마치 예외적이거나 특수한 사건으로 오도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윤 교수는 특히 “남초집단에 여성 리더십 전체를 공격하는 프레임으로 봐서는, 오히려 그동안 군 지휘체계 맥락 안에서 묵과돼 온 폭력의 문제를 지워버릴 수 있다”고 봤다.

 

** 사진출처 : 시사저널

전진아 | 2024-07-13 10:44:44

+